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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인권도서 추천]어떤 호소의 말들-최은숙

관리자 | 2024-03-26 | 조회수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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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억울합니다.” 인권위에는 매일같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인권위에 연락할 만큼 절박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저자는 인권침해 사건의 통계나 조사 결과 보고서 같은 서류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사건 너머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1부에는 저자가 만난 다양한 진정인의 사연을 담았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묵묵히 참고 견디는 청년들, 당국의 잘못된 수사와 판단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들을 만났다. 별것 아닌 일로 먼 길을 오게 했다며 조사관에게 미안해하는 진정인이 있는가 하면, 새빨간 거짓말로 조사에 혼선을 주는 진정인도 있다.
한번은 교도소에 수감된 진정인이 조사관을 직접 불러 진정을 신청하는 ‘면전 진정’을 요구했다. 면전 진정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 제도에 의문을 품고 있던 저자는 진정인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그가 글을 읽고 쓸 줄 몰라 간단한 민원도 스스로 제출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선입견에 빠져 자칫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할 뻔했던 것이다. 어느 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을 넣는 ‘악성 민원인’을 직접 만났다. 그는 사소해 보이는 일로 매일같이 경찰서에 민원을 넣고 경찰관들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을 만난 날, 그는 하루 벌이를 포기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왔다며 만나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진정인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유행이 지난 허름한 옷을 차려입은 진정인을 지레 ‘악성’으로 단정 짓고 그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을 저자는 오래도록 후회했다고 고백한다.
모든 사건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당사자의 사정을 알수록 복잡해졌다. 저자는 억울한 일들을 줄이려면 인권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사연을 소개하며 인권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선의와 열정과 용기를 담은
어느 조사관의 솔직한 고백



- 어떤 호소의 말들 책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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