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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인권]형제복지원 10년 기록…침묵의 세상과 싸운 빈곤자들

관리자 | 2024-04-12 | 조회수 : 44

- 1980년대 부산 인권유린 참상
- 당시 빈곤을 ‘국가 과오’로 여겨
- 시설 용인한 한국사회 꼬집어

기자가 느끼는 아름다움 또는 힘은 ‘구체성’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늘이 놀라고 땅이 갈라지는 충격·격동의 현장을 취재한 기자라도, 냉철하게 그 내용을 하나하나 꺼내 구체성을 불어넣어야 기사는 생명력을 얻는다. 구체성을 얻으려면, 취재해야 한다.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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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권 참사가 터져 나온 옛 형제복지원 전경. 국제신문 DB


‘고립된 빈곤’의 부제는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며 ‘대체 저자는 얼마나 많이, 얼마나 폭넓게, 얼마나 오래 이 사안을 취재한 걸까’ 하는 감탄이 서늘하게 밀려왔다. 저자 박유리는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고려대 미디어학 박사 과정에 있다고 한다. 언론 현장에서 학문의 길로 갔다. 그런 저자의 변화가 이 책에서 느껴졌다. 박유리 저자는 단지 ‘취재’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그리고 인권과 빈곤을 오래 취재한 ‘박 기자’는 빈곤과 인권에 관해 사유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부제가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인 이 책의 큰 제목이 ‘고립된 빈곤’이라는 데서 저자가 현장을 뛰며 치열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고립된 빈곤’ 전반부를 읽다 보면 소름이 돋고 충격을 받는다. 1980년대 부산에서 터져 나온 인권 참상, 인권유린인 형제복지원 사건 희생자 인터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유리는 하드 보일드 문체가 연상되는 냉철한 서술과 전개로 읽는 사람 내면의 온도를 극도로 높이 올린다. 거기 머물지 않고, 생각을 확장한다. 10년에 걸친 기간 형제복지원 희생자들의 진상 규명 운동을 기꺼이 스스로 취재한 기자였기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침묵의 세계와 싸운다.”(138쪽) “형제복지원에 입소하면 가장 처음 하는 일이 머리를 미는 것이다.…약 30년이 지나 국회에서 머리를 다시 깎으며 몇몇은 눈을 감았다.”(150쪽) 저자는 강제수용·인권 참상 범죄인 형제복지원을 파고들다 “풍요는 빈곤을 퇴치하는 게 아니라, 빈곤을 느끼는 박탈감을 가속화시켰다”(216쪽)는 생각에 닿는다. 빈곤을 “국가의 과오이며 역사의 수치”(미셀 푸코)로 여기며 치워버리던 행태가 절정에 달한 시대의 사건을 통해 독자가 오늘 한국 사회도 들여다보게 한다.


※기사 출처 아래링크)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40412.2201400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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