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권소식

home 인권단체소식 부산인권소식
메뉴보기

[노인-인권]수급자 탈락될라 일자리 언감생심…月 70만 원 삶의 강요

관리자 | 2024-04-01 | 조회수 : 30

- 13명 중 11명 일자리 원하지만
- 소득 생기면 생계급여서 깎여
- 100만 원 벌면 자격 박탈 우려
- 공공근로 등은 지원조차 못해

- 부산 수급자 비율 9년 새 배로
- 전체인구 3% 노동권 배제 추산
- 경제활동 보장 정책 고민해야
 


 김자순(여·78·연제구 연산동) 씨는 아침 8시면 의자를 끌고 문을 나선다. 따뜻한 봄날은 물론 한겨울에도 잊지 않고 ‘출근’을 한다. 일터는 바로 문 앞. 한 시간 동안 의자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다. 가끔 지나는 사람과 눈인사하고 옷차림을 살펴보는 건 쏠쏠한 재미다. 초라한 행색으로 앉아 물끄러미 사람을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다.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라며 들릴 듯 말 듯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김 씨는 “‘저 노인은 왜 이렇게 바쁜 시간에 저러고 있을까’라며 욕하는 것 같다”면서도 “일하는 게 불가능한 처지다. 그래서 이렇게 밖에 나와서 사람들이 출근하는 거라도 보면서 기운이라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의 직업은 기초생활수급자.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이 없고 부양을 받을 수도 없는 홀몸노인이다. 그는 자신을 서류상에 이름만 있고 아무런 활동도 못 하는 ‘귀신’이라고 부른다. 나라에서 받는 돈은 한 달에 70만 원 남짓. 연명하기에는 부족함 없지만, 무얼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딱 그 정도의 돈이다. 아끼고 아껴야 겨우 한 달을 버텨낼 수 있어 돼지고기라도 사 먹으려 하면 한푼두푼 모아야 한다. 김 씨는 “소일거리라도 해서 손자 손녀는 우리처럼 살지 말고 공부해서 성공하라고 학원비라도 조금 보태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지원도 못 하는 정부 일자리 


십여 년 전부터 수급자로 지내는 차곡준(여·75·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소일거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이 재개발돼 6개월 안에 집을 비우고 새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보증금. 지금 사는 집 보증금을 빼서는 몸이 불편해 일을 못 하는 아들, 그리고 손자와 함께 거주할 만한 마땅한 집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동안 보증금도 못 모으고 뭐했나’ 싶지만 나라에서 받는 생계비로는 생활하기도 버겁다. 차 씨는 “없는 살림에 남편이 병을 앓았고 병간호를 하다 보니 벌이가 끊겨 수급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수급비가 올랐다고 하지만, 체감하는 물가는 더 올라 생활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가 탐내는 일자리는 교통도우미나 환경 정비 등 나라에서 마련해주는 공익형 노인일자리다. 설문조사(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6면 보도)에 참여한 수급자 13명 중에 11명은 이 일자리를 선호했다. 월 30시간 노동에 금액은 월 29만 원에 그치지만 경력이나 기술도 없고, 이런저런 지병을 달고 사는 가난한 노인이 하기에 좋은 일이다. 특히 29만 원은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은 보통노인과 어울릴 기회도 생기고, 가족의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박상종(66·중구 동광동) 씨 역시 나라에서 한 달에 7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는 수급자다. 몸이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는 선원이나 에어컨 설비기사 등의 일을 해 벌이가 괜찮았다. 그러나 험한 일을 오래 해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런저런 고장이 났다. 일하는 날보다 끙끙 앓으며 집에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아졌다. 하루 벌어먹는 처지에 쉬는 날이 많아지자 일거리가 끊겼고, 결국 수급자 처지가 됐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까지만 해도 수급비로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 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최근에는 다락같이 치솟아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박 씨는 “시장에서 고등어 반토막을 사려고 해도 만 원을 달라고 할 정도다. 나라에서 마련해 준다는 노인일자리라도 해보려 했으나 지원 자체가 안 된다는 설명만 들었다”며 “집세에다 각종 공과금을 내고 이래저래 생활하다 보면 열흘 안에 돈이 떨어진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20240401_130902.jpg

31일 부산 연제구 녹음광장에서 한 노인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채호PD
 



※기사 출처 아래링크)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40401.22010008071&kid=0300 

첨부파일 | 첨부파일다운20240401_130902.jpg

목록

| |
등록
※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댓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