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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권] “새벽부터 14시간 꼬박 주워야 하루 2만 원 겨우 벌어”

관리자 | 2024-03-07 | 조회수 : 53

폐지 수집 어르신 따라가 보니
중국 수입 제한 이후 수출길 막혀
치솟는 물가에도 폐지 가격 바닥
손수레 가득 채워도 고작 2000원
고강도 저임금 대표적 노동 전락
무너진 노인 복지 땜질조차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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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부산 동래구의 한 도로에서 이 모(64) 씨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


6일 오후 3시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 한 거리. 손수레를 끄는 이 모(64) 씨가 차도를 걷고 있었다. 그는 당뇨에 걸려 건강이 나빠진 후에도 폐지를 줍고 있다. 이 씨는 “서두르지 않으면 남은 몫까지 사라진다”는 말과 함께 절뚝이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가던 이 씨는 짬을 내 옷 수선집에 들렀다. 수선집 주인은 “세탁을 했는데도 냄새가 안 빠진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 씨는 “근처에 동래시장이 있어 기름과 음식 냄새가 밴 폐지를 줍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다음 행선지인 주차장으로 향하던 그는 골목 구석에서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와 섞여 있던 폐지 묶음을 서슴없이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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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생활고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도 폐지 가격은 20년 전보다 떨어졌다. 그들은 만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기 위해 하루 종일 손수레를 끌어야 한다.

이 씨 역시 이른 새벽부터 골목길을 누비며 폐지를 모은다. 동산마을로 향한 뒤 동래시장에 들른다. 오전 중에 손수레가 가득 차 적어도 두 번은 고물상에 다녀와야 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다시 집을 나선 그는 오후에 아파트 주차장을 돌며 폐지를 찾아 나선다. 해가 지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후 8시가 되면 다시 집을 나선다. 이 씨는 밤 11시가 돼서야 ‘퇴근’한다.

집에서도 일은 계속된다. 다음 날 새벽 고물상으로 가기 전 폐지를 종류별로 나눠야 한다. 자정을 업무 종료 시점으로 잡으면 이 씨는 열너댓 시간을 일하는 셈이 된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쏟아부어 손에 쥐는 돈은 2만 원 남짓이다. 시급 계산은 이 씨에게 의미가 없다.

장시간 노동에도 적은 돈을 손에 쥐는 이유는 폐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4년 1월 기준 kg당 92.3원이었던 폐골판지 가격은 올해 1월 78.6원으로 떨어졌다. 20년 격차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르기는커녕 크게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폐지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폐지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2020년 이후 폐지 수입 제한을 강화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며 “국내 제지사 폐지 재활용도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폐지 수집 노인에게는 압축 업체와 고물상 이윤을 뺀 나머지 돈이 돌아간다. 동래구에서 폐지를 줍는 김 모(82) 씨는 “고물상에서 1kg에 60원도 안 쳐주니 50kg 손수레에 한가득 실어도 2000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도 손에 쥐는 건 푼돈이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진행한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서 폐지 수집 노인은 월평균 소득이 15만 9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수입은 1226원으로 2023년 최저임금 9620원 기준 13% 수준이다. 그럼에도 폐지 수집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폐지 수집 노인이나 고물상들은 ‘생계비 마련’(54.8%), ‘용돈 마련’(29.3%) ‘건강 관리’(9.1%) 순으로 응답했다.

※사진 및 기사 출처 아래링크)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3061821525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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