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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세이] 내일은 어디까지 왔을까?

인권교육문화팀 장민혁 | 2022-09-29 | 조회수 : 216

내일은 어디까지 왔을까?

 

인권교육문화팀 장민혁

 


활동가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 이름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있다. 인권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며 때로는 사명감과 때로는 자부심과 때로는 걱정과 함께했다. 그 시간들 중 가끔은 길을 잃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잘하고 있을까, 나는 이 일을 하며 즐거운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부산광역시 인권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고 다양한 인권단체와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러던 중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에서 진행하는 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내일의 리더'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일의 리더'의 포스터는 다양한 활동가 채소들이 각자의 고민들을 떠올리고 있다. 그 채소들의 고민을 보며 내게 있던 막연함이 이 고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겐 정말 짧게 느껴질 시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일하며 느꼈던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파랑의 교육실로 들어서자, 책상에는 참가자의 이름표가 놓여있었다. 파랑의 활동가분들은 모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프로그램의 목표, 일정 등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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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내일의 리더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간에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비전과 목표 등을 확인하고, 파트너가 해주는 자기소개, 리더에게 필요한 10가지 자질점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기소개는 자신이 현재 인생의 몇 부를 보내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인터뷰를 파트너와 진행하고, 파트너와 서로의 자기소개를 진행했다. 자기소개를 통해 학창시절과 대학시절, 그리고 얼떨결에 시작한 활동가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다. 활동가가 된 순간, 나는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었고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 시절의 열정이 생각나 조금은 웃음이 났다. 물론 지금도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어렸던 그 시절의 내가 조금은 귀엽게도 느껴졌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줬을까? 조금 더 놀아도 돼! 라며 다그쳤을까?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 라며 꾸짖었을까? 약간의 감상이 끝나기 바쁘게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음 프로그램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목표와 비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눈앞의 업무에 바빠 내가 운영하는 사업의 목표나 방향을 종종 잃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부산광역시 인권센터에 일하며 알았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워크숍에서 진행한 적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내가 속한 단체의 목표와 비전, 사업의 방향과 정당성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은 언제나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단체의 비전과 목표, 사업의 목표를 확인해볼 것. 그 작은 조언은 지금의 내게 가장 중요한 표지판이 되었다.



지금의 내가 어디에 있고, 내가 속한 단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은 내가 가진 고민들을 해결해주었으며, 새로운 고민을 제시했다.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활동가로서 현재 가진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단체의 활동가들은 각자 다르고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업무에 대한 고민,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백래시에 대한 피로감. 하지만 서로의 고민을 발표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참가자 모두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내일의 리더에 참가했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지금 이 조직에서 내가 도움이 되고 있을까? 라는 걱정은 모두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에서 일하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의 리더는 앞으로 세 차례가 더 남아있다. 두 차례의 프로그램을 통해 남은 회차 동안 내가 가진 고민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맞이할 크고 작은 문제가 두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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