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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권]어르신들 지하철 '도시 산책' 갈 데 없는 그들의 궁여지책

관리자 | 2023-08-04 | 조회수 : 106

그늘도 쉴 곳도 부족한 환경 탓
폭염 속 왕복 2시간 탑승이 일상
하차역으로 노인들 행로 살피니장·병원·등산로 주변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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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전포·해운대는 2030세대와 관광객으로 밤낮없이 붐빈다. 지하철역을 오르내릴 때마다 궁금했다. 부산은 초고령도시인데 그 많은 노인은 다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가족이자 미래의 모습이기도 한 노인의 발걸음은 정작 주요 번화가와 관광지엔 뜸한 듯했다. 그래서 ‘노인의 발’인 지하철을 통해 그들이 ‘가는 곳’과 ‘노는 법’을 들여다봤다.

어떤 노인은 높은 물가와 그늘 없는 도심을 피해 종착역으로 향했다. 재래시장이나 등산로에 가까운 지역에서 하차하는 노인도 많았다. 도심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많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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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까지 반나절 ‘지하철 여행’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달 31일 오전 10시께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 챙이 긴 모자와 토시를 준비한 70~80대 남성 노인 셋이 모였다. 1호선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 주변으로 나들이를 가기 위해서다.

매주 2~3번 ‘지하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아도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며 웃었다. 70대 막내 손 모 씨는 “지하철은 시원하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집에 있으면 잠만 자는데 이렇게 2~3시간 놀면 하루가 금세 흘러간다”고 했다.

오전 11시 20분께 다대포해수욕장역에 내린 이들은 바닷가 근처 풀숲으로 향했다. 돗자리를 편 뒤 스마트폰으로 트로트 음악을 틀었고, 쌀밥과 김치 등 각자 준비한 음식을 꺼냈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사 먹기도 했지만, 높아진 물가가 부담스러워 준비한 도시락이다. 지하철은 65세 이상은 무료라 그나마 자주 탈 수 있다.

이들은 광안리, 해운대나 서면에는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이 앉아 쉴 그늘도 부족하고, 조용히 걷기도 어렵다고 했다. 80대 이 모 씨는 “카페에 가면 둘이 1만 원은 쓰는데 매일 어떻게 가느냐”며 “지금처럼 도시락을 싸서 종점 주변에서 쉬고 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식들과 초대형 카페에 간 기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끝내 ‘우리끼리 가보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영화의전당에 ‘노인 무료 영화 상영’이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지하철에서 멀다”는 답이 이어졌다.

한적한 도시 외곽에서 유유히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진 듯했다. 그늘을 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긴 이들은 오후 4시에야 돗자리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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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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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안정적 ‘도시 산책자’ 되려면

부산에는 시간은 많은데 소득은 낮고, 오랜 시간 근무한 습관이 남은 노인이 많다. ‘지하철 여행’은 그들이 도시를 떠돌며 시간을 보낼 궁여지책이다. 보통 안정적 자본을 갖추고 도시를 향유하는 중산층 백인 남성을 ‘도시 산책자’에 비유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이 부족한 노인이 그나마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정체성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시민으로서 노인’을 정책 검토 과정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김희경 교수는 “지하철 여행은 일종의 여가로 볼 수 있지만, 전반적 복지라는 제도적 기반이 받쳐주지 않는 맥락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며 “생존권 보장을 넘어 사회문화적 주체로 노후를 보내게 하려면 이동권, 건강권, 경제권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및 기사 출처 아래링크)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8031852483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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