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는 “사회통제적 부랑인정책, 사회복지 및 치안관계 법령, 내무부훈령 제410호, 부산시 부랑인 일시보호 위탁계약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부랑인으로 칭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서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조사보고서에 명시하였다. 또한,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에서 감금 상태에 있던 피수용자는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았으며, 국가가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무엇보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축소 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함으로서, 형제복지원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조장한 강제수용소였음을, 인정하였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뒤늦은 인정이긴 하나, 그럼에도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을 통해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인권센터는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처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지원이다. 국가 차원의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당연한 것이고,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 및 피해지원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부산시 차원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으나,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노력을 심화, 확장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피해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 최초 접수 이후, 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약 620여일의 시간이 흘러갔다. 진실화해위원위에 신청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544명이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지난 해 2월까지 접수했던 191명에 한해서만 피해자 진실 규명이 이루어졌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2월 9일까지 추가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사 범위가 방대하고 피해자 숫자도 적지 않은 터라 진실규명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돌아가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고통과 상처 속에 살았으나, 본인들이 왜 그러한 삶을 살았는지 모른 채, 돌아가신 분들을 떠올리면 위로와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쓰기가 조심스러워진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규명은 형제복지원 피해 당사자들의 절규와 외침으로 가능했다. 이들은 ‘인권’이란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본인들의 인권 유린 경험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모습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제 우리들에게 남은 숙제는, 피해자들의 치열했던 인권 실천을 통해 규명된 진실 앞에서 국가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부산광역시 인권센터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지원을 위해서 지난 3월부터 매월 2차례씩 부산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형제복지원 기억공간 마련을 위한 부산시민 38,647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진실과 기억의 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인권센터는 이후로도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진행하며, 형제복지원 문제를 알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