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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콘텐츠 추천] 『우리믐 모두 집을 떠난다』, 김현미

관리자 | 2022-11-23 | 조회수 : 194

11월 북카페 콘텐츠 추천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김현미, 돌베개

 


부산시 인권센터 인절미단 김정은

 

 

한국인에게 이주자는 왜 부정적인 이미지일까? 베트남과 태국 등의 나라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려 이주해 온 결혼이주 여성, 일거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오게 된 피부색이 어두운 불법이주노동자, 집을 잃어 살 터전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추방된 난민들……. 이주자들은 한국인들의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 속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까? 김현미 작가의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에는 그러한 이주자,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베트남에서 자라는 여자아이들은 성평등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는 게 당연하고,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이 이뤄지길 고대하며 하나의 성인으로 자라난다. 베트남의 여성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격체로 각자의 목표가 있고 삶의 의지가 있을 텐데, 왜 한국인은 결혼이주 여성을 돈을 위해 팔려 온 여성’, , ‘매매혼의 이미지로만 생각할까? 이런 이미지는 모두 편견이다. 한국의 여성이 다른 선진국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하는 것이 팔려 가는 것이 아니듯이, 베트남의 여성이 한국에 온다고 해서 모두 팔려 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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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국제결혼의 당사자인 박 씨는 아내에게 왜 한국으로 와서 나와 결혼했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어린 나이에 외국에 가서 사는 게 꿈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망설임 없는 대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에 결혼한 건데 사랑해서 결혼한 거다라며 거짓말을 했다면 오히려 불편했을 거라며, 솔직하게 말해서 오히려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실 베트남의 많은 여성들이 어릴 적부터 한류 드라마, k-pop 등을 통해 한국에서의 로맨스에 대해 큰 기대를 갖는다. 물론 그들도 한국 남성에게 살해 당한 베트남 여성의 사례 등으로 기대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의 꿈을 완전히 접게 만들지는 못한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돈에 의해 외국에 팔려 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꿈이기 때문에,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꿈을 가졌기 때문에 한국에 이주하여 살게 되는 것이다.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결혼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 후의 부부간의, 가족 간의 사이는 서로에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선입견이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아 서로가 이질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가족애가 생기게 된다. 미디어 등에서 자극적으로 보여지는 단편적인 사례로 그들의 삶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속으로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문의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저격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론의 첫 시작 문구인 한국인에게 이주자는 왜 부정적인 이미지일까?”에서 한국인에는 나도 포함이 된다. 20년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여러 사회화 과정을 겪었고, 각종 미디어와 SNS를 통해 여러 사상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보려고 해도, 살아오면서 내게 영향을 준 모든 것들이 그것을 쉽지 않게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는 내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가족끼리 대화하면서,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국제결혼 속 갈등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한국인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의 마찰이 그 프로그램의 주제였다. 우리 가족은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국제결혼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갓 성인이 된 어린 여자애랑 저렇게 나이 든 남자랑 결혼하는 게 21세기에 말이 되냐’,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냐’, ‘잘 지낼 수가 있겠느냐……. 선입견과 편견이 가득한 말이라는 건 알지만, 자연스레 그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당연함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건 인지하지 못한 채였다.

 

전공 수업 시간에 들은 사례가 있다. 한 국제결혼 가정에서, 베트남 아내가 고향이 그립다며 우울함을 호소하자, 한국인 남성은 가난한 형편에서 힘들게 노동해 모은 돈을 베트남행 비행기 티켓 구입에 썼다. ‘확실히 돌아올 것인가, 도망인가라는 의심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큰 나이차 때문에 부부 간의 애정은 아닐지라도,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신뢰가 형성됐다. 그들 사이에선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피부가 얼룩덜룩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어린 나이만 보고 결혼했지, 그 후는 생각하지 않았다. 저건 가족이 아니다.’라며 혀를 찼지만, 이유는 안타까웠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매일 새벽마다 나가 막노동을 하고 집에는 늦은 시간 돌아왔다. 너무 이른 시간에 나가기도 하고, 이미 많은 체력을 소진했기에 아이를 제대로 챙겨 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아이의 피부와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이유는 매일 라면과 인스턴트를 먹기 때문이었다. 자극적인 음식만 먹으니 피부 상태가 안 좋아지고, 균형 잡힌 구성의 음식을 먹지 못하면 사람은 삶의 의욕이 떨어져 의기소침해지게 된다. 아이의 선생님은 아버지에게 아이의 건강을 위해 식사 환경에 신경 써주세요라고 전했고, 그 날부터 그는 매일 더 일찍 일어나 항상 아이를 위해 요리를 해 둔 채로 일에 나갔다.

 

이 모습을 보고 가족이 아니다’, ‘사랑이 아니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아버지가 아이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은 일이 고되고 너무 바빠 미처 챙길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자,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놓치고 있던 아이의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여유가 없던 상황 속에서, 더 여유가 없어지는데도 말이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로서의 당연한 의무지만, 그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다.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이 가정 속 남성이 아내와 자식을 대하는 태도는 진실로 가족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를 국제결혼이라는 이유로 비난하고, 일반화하고, 깎아내려도 되는 걸까?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는 일상 속의 당연함’, 이주자를 당연히 아래로, 소수자로 단정짓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 경고를 날린다.

 

국제결혼 가정을 보고 매매혼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던 사람, 외국인 노동자를 보며 불법 노동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밤길에 그들 무리를 보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던 사람, 난민을 우리나라에 받아들이면 범죄와 같은 큰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사람, 자신과 다른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그 모두에게 김현미 저,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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