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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콘텐츠 추천] 10월의 콘텐츠 추천 <신짜오, 신짜오> <윤희에게>

관리자 | 2022-10-26 | 조회수 : 364

부산광역시 인권센터에서는 매달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북카페의 책과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추천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있다면 부산광역시 인권센터에 방문해주세요! 



10월의 책 추천 


<소코의 미소> (신짜오, 신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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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 수록된 신짜오, 신짜오는 우리에게 일종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는가? '이해'라는 말은 understand로 번역된다. 상대의 아래에 서보는 일.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우리는 당당히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신짜오, 신짜오>는 독일에서 만난 두 가족의 이야기다. 나와 부모님이 함께 사는 주인공 가족과 주인공과 또래인 투이와 응웬아줌마, 호 아저씨가 함께 사는 투이네 가족. 두 가족은 낯선 독일에서 이웃으로 살며 가까워진다. 두 가족은 친밀하게 가까워진다. 특히 응웬 아줌마는 주인공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대를 보이며 엄마를 자주 칭찬하고, 주인공인 나에게 다른 어른들이 하는 질문과는 다른 질문을 했기 때문에 두 가족은 친밀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주인공과 투이가 함께 듣는 역사시간을 기점으로 그 사이는 틀어지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배우던 시간에 나는 투이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을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다행히 2차대전 이후로 이처럼 대규모의 살상이 일어난 전쟁은 없었단다.” 투이가 손을 들러 선생님의 말을 끊었다. “아닌데요.” 그게 투이의 첫 마디였다.

베트남에서 전쟁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 모두 다 죽었대요. 군인들이 와서 그냥 죽였대요. 아이들도 다 죽였다고. 마을이 없어졌다고 했어요. 저희 엄마가 이야기 하는 걸 들었어요.” 투이가 말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투이네 집 식탁에 모여 호 아저씨가 만든 국수와 만두를 먹고 있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어요.” 나는 그 말을 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엄마 아빠를 쳐다봤다.


한국 군인들이 죽였다고 했어.” 투이가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식탁의 분위기를 얼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이 엄마 가족 모두를 다 죽였다고 했어. 할머니도, 아기였던 이모까지도 그냥 죽였다고 했어. 엄마 고향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있대.” 어떻게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힐난하는 말투였지만 나는 그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투이의 발언 앞에서 주인공은 당혹감을 느끼고 만다.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실아간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때로는 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기억과 감정을 갖게 된다. <신짜, 신짜오> 내의 베트남 전쟁은 누군가에겐 가족을 잃은 고통의 기억이며 누군가에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행동인 것이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부모는 다른 의견으로 대립한다. 한국군은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그게 심지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더라도. 하지만 주인공의 아빠는 그건 전쟁이었고, 자신의 사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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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해라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진정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때로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작품 속의 두 가족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아시아 가족으로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억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순간, 완전한 이해를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신짜오, 신짜오>가 의미 있는 건,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언제나 세상에서 약자에 도움으로 발현됐다. 약자에 대한 도움과 공동체 사회의 성장. 더 나아가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할 지라도 타인과 내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 나 역시 활동가로 살아오며 내가 도와야 할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말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

 

 

내가 <신짜오, 신짜오>를 읽으며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주인공이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다고 배워 온 삶에서 새로운 진실을 마주한 순간, 당혹감을 느꼈듯이 나는 부끄러웠다. 나 역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의 이면을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러움 느꼈던 기억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몰랐던 거, 미안해"

 

주인공과 엄마는 미안함을 느끼고, 아빠는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처럼 감정은 개인마다 제각각 퍼져나간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이후의 태도에 대해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이 우리가 <신짜오, 신짜오>를 읽어야 할 이유다.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라는 그 질문.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아픔을 마주한다. <신짜오, 신짜오>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내가 <신짜오, 신짜오>를 통해 도달한 결론은 적어도 '타인의 말을 들어볼 것'이었다. 진실로 재단하기 전에, 타인과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공감해보는 것.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끊임없이 이해를 시도하고, 목소리를 듣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작가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이런 태도를 제시한다.

<신짜오, 신짜오>를 통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질문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많은 질문을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곤란하게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해가다 보면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0월의 영화추천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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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어릴 적, 서로 사랑했던 윤희와 쥰의 재회 이야기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윤희는 일본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는 쥰으로부터 온 것이다. 하지만 편지를 먼저 읽어 본 딸 새봄은 엄마에게 편지를 전달하지 않고, 엄마에게 편지가 출발한 곳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윤희는 딸의 부탁으로 직장도 정리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윤희에게>가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사랑이란 단어 없이 사랑을 말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가장 강렬하고, 아픈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희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이란 단어 없이 아주 강력하게 사랑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는 어쩌면 사랑을 드러내놓지 못하는 성소수자의 사랑에 대한 비유일지도 모른다. 윤희가 말하는 언어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 나도 네 꿈을 꿔 /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있지 않니등의 언어는 모두 일괄적으로 사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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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은 윤희가 가족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 받고, 윤희의 사랑이 착각이나 질환으로 여겨졌기에 윤희는 온 마음을 담아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에둘러서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희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성소수자의 존재는 언제나 부정당해왔다. 그럴수록 퀴어미디어는 성소수자에 대한 표현을 극대화하고, 여과없이 드러내는 방식을 보여줬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윤희에게는 성소수자가 아닌 윤희와 쥰에게 집중한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둘은 성별이 같을 뿐이다.

 

윤희가 살아온 시대는 성소수자에게나 여성에게나 가혹한 시대였다. 지금이라고 해서 완전해진 건 아니지만, 어두운 시대를 통과하는 동안 윤희는 더욱이 단단해져갔을 것이다. 자신과 딸 새봄을 지키기 위해서. 쥰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영화의 도입부, 쥰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윤희 역시 남편과 이혼하고, 친오빠와 연을 끊으며 주체적인 삶을 찾아나선다. 이처럼 소중한 것을 위해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할 것이다.

 

윤희에게는 사실 미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다. 눈이 가득한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보다보면 어느 새,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 눈이 내린 풍경은 그리움이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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