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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콘텐츠 추천] 『피부색깔 꿀색』, 융 헤낸

관리자 | 2022-11-30 | 조회수 : 206

11월 북카페 콘텐츠 추천

『피부색깔 꿀색』, 융 헤낸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인절미단 구유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고민없이 답하곤 한다. 나 역시도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외국인이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 역시 자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 외국인에게 말에 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한국에게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이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어느 나라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면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였을까.

진정한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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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꿀색이라는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50년대 이후 한국 고아들이 전 세계로 입양됐던 그 시절, 한국인 고아 전정식은 벨기에로 입양되어 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융은 피부색이 꿀색인 자신과 다른 하얀 백인들에게 둘러 싸여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물론 그의 양부모와 형제자매들은 그를 아껴주었지만 자신에게 은연 중에 가해지는 차별로 받은 상처, 갑자기 생긴 한국인 입양아 여동생 발레리에 대한 질투심, 동양인으로서 경험하는 소외감,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등 이 모든 감정들은 그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긋나게 만들었다.

융의 잘못으로 융의 양부모가 학교로 불려갔던날, 계속 엇나가기만 하는 융에게 실망한 양엄마는 진심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서 넌 썩은 사과야. 주위사과까지 다 썩게 만들거야라고 악담하였고 그 뒤 융은 자신을 썩은 사과로 규정한다. 이 사건 이후 가족들과 거리를 두며 지내고 또 독립하여 한국인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융은 자신을 그 누구보다 걱정하고 사랑하는 양엄마를 발견하며 자신이 썩은 사과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로 정하려고 하지 않고 서양인이면서 동양인, 유럽인이면서 아시아인, 한국인이며 벨기에인인 로 정한다.

 

융의 영화 속 대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난 어딜가든 이방인에요. 유럽에선 동양인 취급을 받았는데...... 한국인들은 나를 한국인으로 볼까?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을 어떻게 규정지어왔을까. 그저 주위 사람들과의 공통점에서 나를 규정하진 않았을까. 내가 융의 상황이었다면 내 자신을 찾을 수 있었을까.

융은 자신을 벨기에인으로 규정해보기도, 한국인으로 규정해보기도 했으나 결국 둘다 이질감을 느꼈고 방황했다. 결국 자신을 그저 피부색이 꿀색인 로 정했다. 그리고 한국인이자 벨기에인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자신이 어디에서든 이방인인것도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들은 정체성이 꼭 단일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차별적인 사고이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 속 융에게처럼 상처가 될 수 있다. 정체성이란 꼭 하나가 아닐수도 있고 또 다수 집단과의 소속감을 통해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생기는 것이 정체성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남에 의해 또는 남이 이미 만들어 둔 기준으로 항상 내가 누군지를 규정짓던 과거를 되돌아 보게 되는 경험이 그 무엇보다 가장 값진 것이 아닐까.

살면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 어디에서도 속할 수 없다고 느끼고, 또 삶이 가로막혔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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