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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운영자금 바닥난 부산의료원 월급 반토막

송고 2025년10월20일 16시17분

코로나19 이후 재정난 지속…외부 금융기관 차입 또 검토

코로나19 당시 비상 걸린 부산의료원
코로나19 당시 비상 걸린 부산의료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이 재정난으로 이번 달 직원의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이 장기화하면서 병원은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부산의료원 등에 따르면 의료원은 이날 직원들에게 예정된 월급의 약 절반가량을 지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을 겪은 병원은 1년에 2번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밀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달처럼 매달 들어오는 기본급 수준의 월급이 절반이나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부산의료원은 지난 15일 이러한 사실을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아직 10월인데도 올해 운영자금을 모두 소진한 상황에 부닥치자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그동안 병원이 몇 번 임금을 체불한 적 있지만, 이처럼 생계를 위협할 만큼 월급을 적게 지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병원에서 자금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나머지 월급 절반을 지급한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부산의료원

[촬영 김재홍]

부산의료원이 겪고 있는 재정난은 뿌리 깊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2월 부산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부산의료원은 당시 일반 환자들을 모두 민간 의료기관으로 이동시킨 뒤 감염병 환자 치료와 관련 업무 수행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후 의료진 중 수익 창출 비중이 높았던 외래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난 데다가 외래와 입원 환자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금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4년간 수입 감소 누적액은 974억원에 달했다.

현재 부산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엔 역부족이다.

부산시는 올해 부산의료원 출연금 86억8천400만원을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88억원 증액해 총 174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이미 외부 기관에 빌린 금액도 100억원가량에 달하지만, 의료원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금융기관에 추가로 차입할 계획이다.

이세용 부산의료원 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지방의료원은 지방 필수 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최근 재정적 압박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10월 추가로 40억원을 차입하기 위해 부산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출연금을 증액했는데도 예상보다 병상 가동률 등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병원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응급실
부산의료원 응급실

[부산의료원 제공]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메워지지 않은 만큼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코로나19 당시 환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발길이 뚝 끊겼고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료원은 의료원 명의로 낸 차입으로 생긴 이자는 물론 병원 적자까지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원은 인근에 짓는 공공 어린이병원의 배후 진료도 해야 할 텐데 이대로라면 해당 업무 역시 하지 못할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적자 나지 않았던 병원인 만큼 부산시가 예전처럼 정상 진료할 수 있도록 안정화 조치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