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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어린이날 선언문으로 돌아보는 어린이인권

인권옹호팀 황숙정 | 2022-05-04 | 조회수 : 577

 

방정환의 어린이날 선언문으로 돌아보는 어린이인권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여-

 

                                                                                                                                                                 

                                                                                                                                            황숙정(인권옹호팀)

 


오늘은 202255일 어린이날이다. 192251일에 처음 제정되었으니 올 해로 꼭 100주년이 된다. 방정환은 192351일 어린이날 1주년 기념식에서 어린이날 선언문을 발표하였는데 세계 최초 어린이 인권 선언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그는 어린이를 어른과 똑같이 독립된 인격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기를 요구하였다.

 

오늘날 흔히 쓰이고 있는 어린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보급한 사람이 바로 방정환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어린이의 원형인 어리다가 원래는 어리석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실제로 용비어천가 39장 및 세종어제훈민정음 등에서 어리다어리석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홇배 이셔도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세종어제 훈민정음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이던 어리다는 근대국어에 접어들어 의미가 전성되는데 오늘날과 같이 나이가 적다뜻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방정환이 어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 때, 이런 어원의식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희승(李熙昇)이 엮은 국어대사전(1981)에서 설명하듯 어린이란 어린아이를 높여서 부르는 말로서존중의 의미를 담고자 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어린이는 형용사 어린에 접미사 ‘-가 결합된 낱말로 여기서 ‘-늙은이높은이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을 높이기 때문이다. 흡사 ‘-과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이렇듯 어린이라는 언어에 나이는 어리지만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사족 같지만 근래 흔히 쓰고 있는 요린이’, ‘주린이같은 낱말들은 우리의 말밭에서 솎아내는 게 마땅하다. 낱말의 결합방식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존중받아야 할 인격이라는 본디의 뜻을 크게 유린하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어린이는 인권의 주체인 동시에 양육 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이다. 어린이는 성장과정에 놓여있고 어른에 비해 권리 행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어리다고 하여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권은 누구나 차별없이 누려야 할 필수적인 권리이지 어떤 자격이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방정환의 어린이날 선언문은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주체로서 어린이에 대해 천명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출발한 어린이날 100. 2022년 오늘 어린이의 인권은 얼마나 보장되고 있으며 어린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권리의 보장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우리나라는 가장 긴 학습 시간과 가장 낮은 삶의 만족도, 가장 높은 아동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생율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불명예 국가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저출생 문제뿐 아니라 우리사회가 당면한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전역을 아동친화사회로 만들 것을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시기 위해 가정마다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서 먹을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식수원의 정화를 통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좋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아동 친화적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서 아동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도록 하는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부산광역시도 20195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증 이후 실질적인 사업의 추진 정도는 크게 미흡해 보인다. 실제로 부산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 4000여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6개 영역(3점 척도 평균)에 있어 주거환경영역 2.93, 건강 영역 2.58, 교육 영역 2.56, 신체적·정신적 안전과 보호 영역 2.55, 스포츠·문화·놀이 영역 2.33, 사회활동 참여 영역 1.70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출처, 부산여성개발원, 2020,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부산지역 아동실태조사]) 다른 영역에 비해 사회활동 참여 영역이 낮은데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전근대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나아가 부산이라는 지역이 지니고 있는 사회 경제적, 문화적 특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전국 주요 대도시들에 비해 아동의 참여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학교를 비롯한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참여의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단적으로 201010월 경기도교육청이 가장 먼저 공포한 이후 광주, 서울, 전북 교육청 등 4개 지역에서 이미 시행 중에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부산에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아동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아동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사회라면 여성도, 장애인도, 노동자도, 성소수자도 그럴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 친화적인 도시는 곧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더불어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인권 친화적 도시일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소파 방정환이 외쳤던 어린이 선언을 다시 읽는다. 조목 하나 하나가 2022년 오늘에도 여전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100년 동안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해서 무엇을 하였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무엇들을 하지 못하였는지를 되묻게 된다.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 타일러 주시오

-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 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삼백예순다섯날 중 오직 한 날인 어린이날. 나머지 무수한 날들은 그저 어른날. 다른 것은 다 접어두더라도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100년 전 방정환이 써내려 갔던 선언문을 아이들과 한구절씩 나누어 읽으며 대우주의 뇌 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깨닫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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