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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무사 퇴근을 간절히

인권옹호팀 양성민 | 2022-04-27 | 조회수 : 409

<모두의 무사 퇴근을 간절히>

 

22년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인권옹호팀 양성민

 

416일 세월호 8주기 추모 논평을 내었는데 돌아보니 금세 또 428일입니다. 428일은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4월 계절의 여왕. 꽃이 피고 신록이 찬란한 이 절기에 우리는 두 가지 슬픔을 떠올려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도 학원에 가기 싫다는 고3 딸과 학원을 빼먹어선 안된다는 아버지의 신경전으로 집안이 시끄러웠다는 동료직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편으론 출근한 엄마가 일터에 나와서도 고민이 많겠다고 생각되면서, 또 한 편으로는 어쩜 이것은 누군가에겐 그렇게 되돌리고 싶은 소중한 일상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간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출근한 아버지는 퇴근을 못했습니다. 416일과 428일 사이에서 우린 그렇게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회학을 가르치는 한분의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저기 멕시코 말입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다가 죽은 사람이 지금까지 수천이랍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국경에서 수천명이 죽을 수 있습니까?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는 것일까요?” 교수님이 이리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인구가 5천만도 안되는데 매년 1천여명이 넘게 일하다가 죽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은가? 타국에서 보면 이 나라도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근데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리 무섭다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어떠한 종류의 익숙함은 때론 이리 무섭습니다.

 

부산노동권익센터고용노동부에 요구한 정보공개청구의 결과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해만 부산에서 113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또는 일로 인해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흘에 한명 꼴로 이곳 부산의 노동자 한명은 출근해서 퇴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하게 살아갑니다. 그런 익숙함으로 우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모종의 사건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어떤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사흘에 한명. 이런 연쇄적 죽음은 웬만한 공포영화도 다루기 어렵건만 우리의 일상은 그런 죽음조차 익숙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용노동부‘2020년 산재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재 사망자는 2062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1년은 아직 산재사고사망의 통계만 집계되어 사고사망자의 숫자는 828명입니다)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산재사고의 경우 대부분 건설현장의 하청노동자,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위험의 양극화가 계속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배달노동자 사고사망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21년 고용노동부 통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산이동플랫폼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배달노동자 산재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 대책마련이 부재한 상황이고, 심지어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다수의 노동자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선 보호되어야 할 사람들을 우선 제외시키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경제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등의 주장이 경제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다고 항변합니다. 그런 것일까요. 직장에서 일어나는 죽음이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면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주장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단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방치했다면 그것은 살인죄에 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몇몇 나라에서 산업재해라 부르지 않고 기업살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아빠 얼굴 보기 싫어라고 외쳤던 딸에게 그것이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면 그 작은 일은 또 얼마나 큰 후회로 평생에 남게 될까요. 아이들이 아무리 아빠를 불평하고 투정해도, 그것이 그냥 하루의 일상이고 해프닝으로만 남을 그런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우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애절함과 간절함의 1프로만 정책입안자들과 행정담당자들에게 전달되어도 우리는 이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들 수 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봅니다.

 

세계인권선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권리'를 다시 돌아봅니다. 오늘은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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