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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1주년 세계난민의날을 맞이하여

관리자 | 2022-06-16 | 조회수 : 362




난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서

인권과 품위는 드러납니다

-21주년 세계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세계 난민의 날은 아프리카단결기구(OAU)1975년부터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국제연합(UN)은 많은 난민들을 보호하고 난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주었던 아프리카와의 연대를 표현하고, 보다 많은 나라와 세계 시민들을 동참시키고자 1990년 유엔총회특별결의안을 통해 6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난민 역사는 1992년 유엔 난민협약 가입이 시발입니다. 당시 출입국관리법에 난민 관련 규정을 처음으로 신설했던 우리나라는 단일국가라는 인종적,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약 10여년 동안 100여명 정도 난민 신청을 받았으나, 난민 인정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1UNHCR 집행위원회 회원국에 선출되던 그 해, 모국이었던 에티오피아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과정 중 정치적/종교적 박해를 받고 탈출하여 우리나라에 왔던, 다다세 데레세 데구씨에 대해 최초로 난민 지위를 인정해주었습니다. 그의 인정 이후, 난민신청자와 정식 체류 인정을 받은 이들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시점은 난민법을 제정한 2012년도 아니고,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했던 사건도 아니었고, 2018년에 발생한 이른바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부터였습니다. 당시 수 백명의 이슬람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 70만명 넘게 이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심지어는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비로소 난민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난민 심사 체계나 지원이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당시 입국한 제주 예멘 난민들 549명을 수용할 정부 시설이 부재하여 도내 호텔이나 종교단체의 지원시설, 심지어는 가정집에 거주하면서 난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인근 주민들이 치안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선정적으로 편집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서 인종 차별과 혐오를 부추겼던 일부 언론들의 보도 행태로 인해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화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난민 신청은 물론이거니와 인정도 전 세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난민 집계를 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난민 신청 건수는 모두 71,042건이라고 합니다. 19942012년 사이에 난민 신청자는 총 5,069명에 불과하나, 우리나라가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던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하면서부터 20131,574, 20179,942, 201816,173, 201915,452명 등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물론 많이 늘어났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난민신청은 같은 시기 동안 발생한 전 세계 난민 신청 건수인 24,885,295건에 비한다면 겨우 0.2%이며, 2020년 한 해 통계를 비교해보자면, 전 세계 난민 신청 673,745건 중 0.7%(6,684)가 한국에 접수됐습니다.

 

문제는 신청 건수보다 난민 인정률입니다. 2020년 올해 6,684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는데, 그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겨우 52명으로서 인정률은 0.4%에 불과합니다. 지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난민신청건수가 71,042건이었는데, 이 시기 동안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 역시 1,084명으로서 불과 0.15%입니다. 실제,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일본(0.3%)을 제외한 최하위입니다. EU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유럽의 1차 심사 중 보호율은 40.7%로 이 중 50%이상은 난민으로 인정되었으며, 그 외의 인원은 보충적 보호 또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있음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와 현저한 격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를 조력했던 아프간인 337명을 우리나라에 데려오는 과정에서 혹여 혐오나 차별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을 염려하여 그들에 대해 난민이란 법적 용어를 쓰지 않고, 굳이 특별기여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난민이란 존재가 우리에게 이처럼 낯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되짚어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난민의 처지가 되었던 경우가 없진 않습니다. 6,25 전쟁을 피해 이 땅을 떠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정치적 망명을 했던 이들도 전부 난민이었습니다. 자국의 혼란과 탄압을 피해 도착했던 낯선 국가에서 이방인이었던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던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품위 있는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인류애의 실현이었다 할 것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9년 말 지구촌 난민은 1년 전보다 870만 명 증가한 795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언론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난민들의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수 백만명의 시리아 난민들과 현재 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쟁 피해 난민들, 그리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인한 난민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은 척박하고 삶의 생기는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사회적 약자인 난민 문제를 인권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불어넣기를 바라며, 부산광역시 인권센터도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간의 품위를 지켜나가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화문의 : 051-853-2101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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